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인사비리에다 과도한 부채 문제, 임직원 성과금 잔치 등이 늘 빠지지 않고 있다. 일반의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그 같은 도덕적 해이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고 실망스럽다.

도내 국가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JD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제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여러 난맥상을 보면 과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공기업이 이래도 되는건지 절로 탄식이 나올 정도다.

예컨대 JDC가 국제학교 운영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해울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해울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42억여 원에서 올해 -122억원으로 급속 악화돼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부채 규모는 더 놀랍다. 2010년 38억원에서 지난해 3668억원으로 거의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물론 건축비 등 초기 설립비용 등을 감안하면 부채는 많을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점이다. 정원에 절반도 못 채운 현원 비율 등 여러 여건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해울의 재정 악화는 JDC의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뇌관이 된다. 해울의 지급보증 의무를 JDC가 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울이 금융 리스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JDC가 대신 갚아야 하는 금액이 현재 3000억원을 넘고 있다.

지급보증액이 JDC 자본금의 70%에 육박한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재정 멍에인가.

이런 상황이라면 서둘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안이하다. JDC가 수천억의 빚더미에 허덕이면서도 임직원 국제학교 학비 지원금을 준다며 전임 이사장의 손자에까지 그를 보전해줬다. 제식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챙기겠다는 의지다.

인사 비리 문제도 가관이다. 해울의 간부가 점수 조작을 지시해 자신이 부인을 국제학교 직원으로 채용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해울의 이러한 총체적 난맥상은 곧 JDC의 안이한 감독·관리 탓이고 더 나아가서는 정부 책임이다. 국감에서 제기된 여러 사안들에 잘잘못을 엄격히 따지고, 엄중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